“치매, 시작되기 ‘딱 전’에” 제일 먼저 망가지는 건
기억력이 아니라
- 사람 됨됨이 같던 성격,
- 평생 슈퍼 계산대보다 빨랐던 돈 관리,
- 눈 감고도 찾던 동네 길입니다.
아래부터는
“아, 이건 그냥 나이 듦이 아니라 ‘뇌가 방향을 틀고 있다’ 쪽에 가깝다”
싶으면 의심해 보셔야 하는 신호들만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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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격이 미세하게 틀어지는 패턴들
대표적인 초기 양상
연구에서 요즘 아주 많이 나오는 개념이 Mild Behavioral Impairment(MBI, 경도 행동 손상)입니다.
한마디로 “원래와 다른 성격·행동이, 나이 들어 새로 생기고, 몇 달 이상 계속될 때”를 말하고, 치매 전(전(前)단계) 위험 신호로 본다는 겁니다.
이 MBI는 다섯 가지 축으로 잘게 나눕니다.
의욕·흥미가 꺼지는 축(무욕·무기력, apathy)
- 예전엔 손주 사진만 봐도 얼굴이 환해지던 분이
요즘은 “그래…” 하고 시큰둥 - 평생 하던 취미(텃밭, 장기, 동호회)를 갑자기 끊고 “귀찮다”만 반복
- 집안일, 약 챙겨 먹는 것까지 옆에서 계속 떠밀어야 겨우 움직임
감정 기복·불안·우울 축(affective dysregulation)
- 사소한 일에도 쉽게 서운·분노, 식구들 말에 예민하게 반응
- 이유 없이 불안해하며 집 밖 나가기를 꺼림
- “나는 이제 쓸모 없다” 같은 말을 반복
충동조절 이상(impulse dyscontrol)
- 평생 차분하던 분이 운전대만 잡으면 과속·위험 추월
- 쇼핑·온라인 결제에 브레이크가 안 걸림
-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거나 욕설을 쏟아냄
사회적 눈치 상실(social inappropriateness)
- 남 앞에서 너무 직설적·실례되는 말, 하지만 본인은 잘 모름
- 장례식장·공식 자리에서 분위기와 안 맞는 농담·웃음을 반복
이상한 믿음·환청·환시(psychiotic symptoms)
- “네가 내 돈을 훔쳐 갔다” 식의 근거 없는 의심이 반복
- 방 안에 누가 있다,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같은 호소
이런 변화가 “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었는데, 3개월·6개월 이상 이어진다”면,
기억력이 큰 문제 없어 보여도 뇌가 바뀌고 있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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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냥 나이 탓이랑 어떻게 구분하나
- 정상 노화 쪽
- 원래 까다로운 성격이 조금 더 고집 세진 느낌
- 피곤하거나 컨디션 안 좋을 때만 짜증·의욕 저하
- 상황·사람에 따라 달라지고, 좋은 날도 분명히 있음
- 치매 전 신호 쪽
- 성격이 “캐릭터 자체가 바뀐 것 같다”는 말이 나올 정도
- 계절·상황과 상관 없이 몇 달 이상 지속
- 본인은 “내가 왜 변했는지”를 잘 자각 못 함
- 가족이 조심스레 지적하면 “내가 왜? 나 원래 이랬다” 쪽으로 나감
특히 전두엽을 주로 침범하는 전두측두 치매(FTD)는
초기부터 성격·도덕심·공감 능력 변화가 1번 증상인 경우가 많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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돈 관리가 ‘이상하게’ 꼬이기 시작할 때
패턴
치매 진단을 받기 최대 6~7년 전부터
신용카드 연체, 신용점수 하락 같은 금융 실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.
- 진단 6년 전부터 카드 연체가 비치기 시작
- 2~3년 전부터는 신용점수도 눈에 띄게 떨어짐
- 진단 후엔 실수가 더 잦아지고, 사기 피해 위험도 같이 증가
다른 연구들에서도 “돈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”이
기억력보다 먼저, 치매의 초기 경고등으로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.
일상에서 보이는 모습
- 평생 꼼꼼하던 분이
- 공과금·관리비 납부를 자꾸 빼먹는다
- 같은 보험·상품을 여러 번 가입하려 한다
- 사기성 전화·문자에 반복적으로 응한다
- 장보기나 시장에서
- 거스름돈을 아예 확인 안 하고 그냥 나온다
- 가격 비교를 못 하고, 평소와 다르게 터무니없는 값에 사온다
- 은행·스마트폰 뱅킹
- 비밀번호를 자꾸 바꾸고, 바꾼 걸 금방 잊어버린다
- “누가 내 돈을 빼갔다”는 말을 자주 하지만, 실제로는 본인이 이체·출금한 기록
특히, 예전 경제 관념·성향과 완전히 다른 패턴이면 더 유심히 보셔야 합니다.
- 항상 절약형이던 분이 갑자기 명품·주식·코인에 공격적으로 돈을 넣는다
- 반대로, 평생 손해를 피하는 타입이었는데
“그냥 재밌잖아” 하며 위험한 투자·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
이런 양상은 전두엽의 판단·충동 조절 기능 저하와 연관이 있고,
실제 뇌영상에서 전두엽·전전두엽 위축과 동반되는 경우가 보고됩니다.
길 찾기·공간감각이 먼저 흔들리는 경우
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는
“길 찾기 능력, 공간에서 방향 잡기”가 아주 초기부터 흔들린다는 연구가 많습니다.
가족이 먼저 눈치채는 장면
- 매일 가던 시장·교회·경로당 가는 길에서
- “어, 길이 왜 이렇지…” 하며 잠깐 멍해지는 시간이 잦아진다
- 같은 사거리에서만 여러 번 헷갈린다
- 운전할 때
- 출발은 잘 했는데,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몇 번씩 틀어 돈다
-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불안해하고, 실제로 없으면 헤맨다
- 실내에서도
- 큰 마트·병원 같은 건물에서 엘리베이터, 출구를 자꾸 못 찾는다
- 화장실 가는 길을 자주 틀린다
공간 내에서 “내가 어디쯤 있는지, 어디로 가야 하는지”를 잡는 능력이
해마·후두-두정엽 네트워크와 관련이 있는데,
이쪽이 아주 이른 단계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옵니다.
정상 노화 vs 위험 신호
- 정상 노화
- 처음 가는 복잡한 지하상가에서 잠깐 헤매는 정도
- 피곤할 때 고속도로 나들목을 지나쳐 버리는 정도
- 치매 전 신호 쪽
- 평생 다니던 길에서, 특히 집 근처에서 방향 감각을 잃는다
- 같은 실수를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달 반복한다
- “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다시 찾아오나” 하는 전략이 잘 안 떠오른다
(표지판, 건물, 지하철 노선도 등을 활용하는 능력 저하)
일상생활의 ‘복잡한 일’부터 삐끗한다 (IADL 변화)
치매 진단에서 아주 중요하게 보는 게Instrumental ADL (도구적 일상생활 기능)입니다.
- 전화 사용
- 교통수단 이용
- 쇼핑
- 약 복용 관리
- 집안 살림
- 재정 관리(계좌, 카드, 현금)
이런 것들이 “복잡한 두뇌 작업+기억+판단”이 동시에 필요한 영역이라,
경도인지장애(MCI)나 치매 전 단계에서 가장 먼저 미세하게 떨어지는 영역으로 여러 연구에서 나옵니다.
일상에서 보이는 작은 징후들
- 약
- 평생 스스로 약 잘 챙기던 분이
자꾸 빼먹거나, 반대로 같은 약을 하루에 여러 번 먹는다
- 평생 스스로 약 잘 챙기던 분이
- 전화·스마트폰
- 저장된 연락처로 전화 거는 것조차 헷갈린다
- ‘통화’와 ‘영상통화’, ‘문자 보내기’ 등의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 부쩍 늘어남
- 집안 살림
- 가스 불을 켜놓고 잊는다
- 빨래를 넣고 세제를 안 넣는다, 혹은 두 번 넣는다 같은 실수가 자주
- 쇼핑
- 항상 일정 패턴대로 잘 보던 분이
장을 보고 왔는데 늘 사던 필수품은 빠지고 엉뚱한 것만 잔뜩 사옴
- 항상 일정 패턴대로 잘 보던 분이
이런 “복합 작업”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,
의사들은 “이건 단순 건망증을 넘어섰다”고 보기 시작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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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울·불안이 뒤늦게 시작됐을 때
늦은 나이에 새로 시작된 우울·불안이
향후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대규모 연구들이 있습니다.
다만 중요한 건,
- “우울·불안이 치매의 전조냐, 치매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 요인이냐”는
아직 논쟁이 많고, 케이스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.
그래서 임상에서는 이렇게 봅니다.
- 예전과 다르게
- “살맛이 없다, 의욕이 없다”가 2주 이상 계속되고
- 잠·식욕·체중이 눈에 띄게 바뀌고
- 동시에 기억·판단·길 찾기 중 하나라도 함께 떨어질 때
⇀ 그 자체로도 진료가 필요하고, 동시에 “치매 전 단계인지”를 꼭 같이 봅니다.
여기까지 오면 ‘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’ 체크리스트
다음 중 두 가지 이상이,
“최근 6~12개월 사이에 새로 생겼고, 점점 잦아진다”면
신경과·정신건강의학과·노인병 전문의 진료를 권장합니다.
- 성격·정서
- 이유 없이 예민·의심 많아짐, 사소한 일에도 짜증 폭발
- 원래 활발했는데 사람·취미를 통째로 끊고 방 안에만 있음
- 돈·판단
- 공과금·카드 대금을 자주 연체
- 보이스피싱·다단계·투자 권유에 반복적으로 걸려들 뻔하거나 실제 피해
- 집안 돈을 갑자기 엉뚱하게 쓰기 시작
- 길 찾기·운전
- 동네에서, 특히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는 일이 2번 이상 있었다
- 운전하면서 목적지·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헷갈리는 일이 잦다
- 일상 복합 작업
- 약, 쇼핑, 집안 살림, 가스·전기 관리에서
“예전엔 안 하던 위험한 실수”가 반복된다 - 스마트폰, 리모컨, ATM 같은 기계 사용을 갑자기 못 하겠다고 한다
- 약, 쇼핑, 집안 살림, 가스·전기 관리에서
- 통찰력
- 가족이 이런 변화를 말해도 “내가 왜, 하나도 문제 없다”며 전혀 수긍 안 함
- 오히려 가족이 예민하다고만 탓
이건 “당장 치매 확정”이라는 뜻이 아니고,
“치매를 포함한 뇌 질환, 우울증, 내과·약물 문제까지 전부 한 번은 살펴봐야 한다”는 신호에 가깝습니다.
실제 진료실에서는 무엇을 보나
병원에 가시면 보통 이런 식으로 흘러갑니다.
- 병력 청취(가장 중요)
- 언제부터, 어떤 변화가, 얼마나 자주, 일·금융·운전·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
- 가족이 동행해 구체적인 예시를 말해주는 게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.
- 인지검사 + 일상 기능 평가
- 간단한 기억·주의·언어 검사(MMSE, MoCA 등)
- K-IADL 같은 도구로 전화·쇼핑·교통·재정 관리 등 점수화
- MBI-C 같은 설문으로 성격·행동 변화를 구조적으로 체크하는 추세
- 영상·혈액 검사
- 뇌 CT·MRI로 뇌 위축, 뇌혈관질환 여부 확인
- 갑상선, 비타민 B12·엽산, 전해질, 감염, 약물 부작용 등 “뒤집을 수 있는 원인”을 찾기도 합니다.
이 과정을 통해
- 단순 건망증인지
- 경도인지장애(MCI)인지
- 초기에 해당하는 치매(알츠하이머·전두측두·혈관성 등)인지
를 가려내고, 각각에 맞는 관리·치료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.
지금 바로 할 수 있는 ‘기록’과 ‘준비’
누가 떠오르신다면, 당장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.
- 변화를 기록해 두기
- 날짜·상황·무슨 일이 있었는지, 짧게 메모
- 예: “2025-11-03, 집에서 가스불 켜놓고 1시간 잊어버림”
- 이게 모이면 의사가 판단할 때 훨씬 정확해집니다.
- 돈·운전·안전만은 선제 대응
- 큰 금액 이체·투자·보증은 가족과 상의하도록 원칙 정하기
- 카드 한도·현금 보유액을 조절해 ‘대형 사고’를 미리 막기
- 길 잃은 적이 이미 있다면, 운전은 정밀 평가 전까지 줄이거나 중단을 고려합니다.
- 정신과적 증상(우울·불안·망상·환청)은 따로라도 치료
- 치매 여부와 별개로, 이 증상들만 치료해도
생활 기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.
한 줄로 정리
- 치매는 “기억이 훅 떨어지는 병”이 아니라
- 몇 년 전부터
- 성격·정서,
- 돈 관리·판단,
- 길 찾기·공간감각,
- 복잡한 일상 작업이 기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하는 병입니다.
이상한데, 설명이 안 되는 변화가
“한 번 툭”이 아니라 “계속 이어진다”는 느낌이 들면,
그게 바로 “치매, 시작되기 딱 전”에 몸이 보내는 신호라고 이해하셔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.